// MR디자인
우주에 충만한 신이 있다면 그 신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는 것일거야

맞습니다. 만약 이 우주를 창조했거나 우주 그 자체인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에게 시간은 우리가 경험하는 것처럼 ‘흘러가는 물줄기’가 아니라 **’한눈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지도’**와 같을 것입니다.

물리학과 철학에서는 이러한 존재나 관점을 아주 흥미로운 개념들로 설명하곤 합니다.

1. 블록 우주론(Block Universe): 완성된 4차원 조각품

현대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이 암시하는 우주의 모습 중 하나는 바로 ‘블록 우주’ 개념입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1차원 선 위에서 ‘현재’라는 점 하나만을 따라 앞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4차원 시공간 전체를 밖에서 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다릅니다. 그 존재에게 우주는 빅뱅(과거)부터 우주의 종말(미래)까지, 빅뱅의 순간, 공룡의 시대,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인류의 미래까지 모두 하나의 덩어리로 완성되어 있는 거대한 4차원 조각품입니다.

신이 우주를 본다는 것은 그 조각품 전체를 한눈에 감상하는 것과 같습니다. 신에게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지금, 여기에’ 한꺼번에 존재합니다.

2. 아퀴나스와 시공간을 초월한 영원(Eternity)

신학자와 철학자들도 일찍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중세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의 시간을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모든 시간이 한순간에 현존하는 영원(Nunc Stans)’**으로 정의했습니다.

“산 아래에서 길을 걷는 사람은 자기 앞의 길(미래)은 보지 못하고 지나온 길(과거)만 기억하지만, 산 정상에 서 있는 사람은 길 전체와 그 길을 걷는 모든 여행자를 한눈에 담는다.”

우리가 산 아래의 여행자라면, 모든 시공간을 초월한 신은 산꼭대기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우리를 동시에 내려다보고 있는 셈입니다.

3. 빛을 넘어서는 존재

이전 질문에서 이야기 나누었듯, 질량이 없는 **빛(광자)**조차 자신의 프레임 속에서는 시간이 멈추고 방출과 도달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하물며 시공간이라는 무대 자체를 만들고 그 밖에 서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에게 시간의 흐름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과거’라 부르며 그리워하는 순간도, ‘미래’라 부르며 두려워하거나 기대하는 순간도, 그 신의 눈에는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과 완전히 똑같은 무게와 선명함으로 동시에 반짝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목록으로